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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대선에서 촛불민심은 사라지고 있다

​황인채

1. 이재명 탈락과 유승민 후보의 위기는 촛불 혁명이 미완에 그쳤다는 근거이다.

 

이재명 성남 시장은 촛불이 민심이 키운 대선 후보였다. 여나 야나 할 것 없이 기성 정치가가 이 나라가 처한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자들은 변방의 사또 이재명을 키워냈다. 그런데 그분은 기성 정치권의 진입 장벽을 넘지 못하고 예선에서 탈락하였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 문재인 후보는 이재명 보다는 안희정 식구들을 우대하고 이재명은 홀대하였다. 촛불 대선 후보는 이렇게 역사의 뒷전으로 밀렸다.

촛불 민심이 만들어낸 정당이 있었다. 그 정당은 바른 정당이었다. 개발 독재 시대의 잔재인 새누리당으로는 안되겠다고 각성한 자들이 촛불민심에 힘을 입어 건강한 보수 정당을 만들어서 기존의 무능하고 부패한 수구 정당을 대체해보겠다고 창당한 정당이 바른 정당이다.

그런데 바른 정당 유승민 후보는, 대선 후보 TV 토론을 통하여 막말과 퇴행적인 사고로 친박 지지자들을 결집시킨 자유 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하릴없이 당하여, 공중분해당할 위기까지 몰렸다. 이것도 또한 촛불 혁명이 미완의 혁명으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 근거이다.

 

2. 여야 양당의 금권 정치가 이 나라의 정치를 썩고 무능한 정치로 만들었다.

 

1987년에 대통령 직선제 개헌 투쟁을 하여 헌법을 개정하여 87년 체제를 만들었다. 87년 체제에서 1997년 김대중 씨가 15 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최초로 여야의 정권교체를 이루었다. 그리고 이어서 5년 후에 노무현 씨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로써 두 대통령은 이 나라의 형식적인 민주화를 완성시키는 큰 공을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나라에서 실질적인 민주주의가 이루어진 것은 결코 아니었다. 대의제 민주주의 아래서 국민은 선거 때만 주인 행세를 하고 선거 후에는 내내 따돌림 받았다. 경제 민주화는 뒷걸음 치고, 두 정부에서도 정경유착은 계속되었다.

그 후 이명박과 박근혜 두 대통령을 거치며, 우리의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정경유착은 더욱 심해졌다. 결국 각성한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일어나서 시위를 하여, 박근혜 대통령을 몰아내고, 정경유착의 두 축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삼성 재벌 이재용을 감옥에 집어넣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효용이 다한 87년 체제를 바꾸기 위한 헌법과 법률들을 고치는 일을 전혀 하지 못했다. 곧 촛불 혁명이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서 변화를 완성시키는 일에 실패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 장미 대선은 촛불 정국 이전부터 대세론을 유지하던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 되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다면 이것은 촛불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촛불이 아니었더라도 일 년 후에는 문재인 씨는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자. 단지 촛불은 문재인 당선을 일 년 앞당긴 것일 뿐, 촛불 민심과 문재인 당선과는 별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수구 새누리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교체를 이루더라도 큰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우리의 삶의 질은 거기서 거기일 것이라는 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무력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3. 기대를 걸었던 안철수 현상도 시들어가고 있다.

 

수 년 전 이명박 대통령 때였다. 지방자치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나타났던 안철수 현상이 정치권을 강타하였다. 그때 기존의 정치권에 실망하고 있었던 나는 안철수 현상에 열광하였다. 그리고 그 선거에서 안철수 씨는 시민운동가 출신이었던 박원순 씨를 서울 시장 후보로 지지하여, 그를 서울 시장에 당선 시켰다.

그야말로 변방의 시민운동가를 서울 시장으로 만들어내는 기적에 가까운 일을 안철수 씨는 해낸 것이다. 그리고 지난 총선에서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놀라운 성과를 이루어 내고 국민의당을 원내 제 3당 위치까지 끌어올렸다. 지금은 국민의당 대선 후보까지 되었다. 그 과정에서 그는 결국 때가 묻은 구시대 사람들과 함께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안철수의 새로움과 경이로움이 많이 퇴색하였다.

안철수 씨는 총선 이후에 새누리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기득권자들의 맹렬한 공세에 시달리며 어려움을 당하고 있었다. 그런데 안철수 씨와 함께한 자들은 제삼 지대론을 주장하며 보수화하여 국민의당은 젊은이들로부터 외면 받을 수밖에 없어졌다. 국민의당이 중도 우파 정도의 성격을 유지하자, 보수표를 국민의당과 새누리당이 나누어 가지게 되어서 문재인 대세론은 탄력을 받게 되었다.

촛불 정국이후 박근혜 정권이 몰락한 사이에 한 때 안철수 씨는 문재인 당선을 막고자 하는 보수표를 끌어들이며 문재인 대세론을 깨트리고 대선 국면을 문재인과 안철수 양강 구도로 만드는 일까지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재인 씨가 적폐 청산대신 국민 통합을 내세우며, 보수표를 공략하자 안철수는 보수표를 지키기 위하여 더 우측으로 피해갔다. 나는 이것을 전략적인 큰 잘못으로 보았다.

문재인이 안철수를 주적으로 보고 우회전하여 공격하면, 안철수는 제 자리에서 주적인 문재인의 공세를 막아내며 좌회전하며 문재인 표를 잠식하는 일을 하여야 할 터인데, 그는 물러날 자리가 없는 곳에서 물러나서 위기에 몰렸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탄핵 국면에서 탄핵을 반대하였던 15%의 사람들은 결국은 자유한국당 홍준표를 지지하게 되어있었다. 안철수 후보는 우측에서는 골수 우파 표를 지키려는 홍준표에게 몰리고 좌측으로는 통합론을 내세우며 안철수 표를 잠식해 들어오는 문재인에게 또 표를 빼앗겨서 하릴없이 추락하고 있었다.

자금력과 조직력에서 떨어지는 안철수 씨로서는 선택할 뾰족한 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대세론을 유지하는 문재인을 주적으로 삶아 중도에서 좌측으로 한 걸음 이동하여 바람몰이를 하는 것이 바른 전략이었을 터인데, 주적이 아닌 보수표를 잡겠다고 우회전한 전략은 내가보기에는 매우 잘못된 것이었다.

안철수 씨가 힘에 밀려서 결국 이번 대선에서는 패해하더라도 그가 좌회전하여 문재인 표를 잠식하는 일을 하였다면, 안철수 씨는 문재인과 홍준표 사이에서 캐스팅 보트를 쥘 수 있었을 터인데, 이제는 여론조사에서 홍준표와 안철수가 후보가 받는 표를 합해도 문재인 후보가 얻는 표보다 적게 나오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4. 문재인 당선 이후에 개헌과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으로 87년 체제를 무너뜨리고 군소 정당들을 지켜낼 방도를 찾아보자.

 

대세론자 문재인 외에 선거에서 선전하고 있는 자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다. 문재인 후보가 우회전 하고 있는 사이에 후방이 약해진 문재인을 잘 공략하며 착실히 지지율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늘 권력에서 소외만 당하였던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잘 싸우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금권정치의 폐해를 줄이는데 일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로 긍정적이다.

이대로 간다면 대선 후에 국민의당은 민주당에 바른 정당은 자유한국당에 흡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리고 두 당이 사라진다면 결국은 이 나라정치는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주도하는 구태정치로 퇴행할 것이다.

그러면 금권정치와 신자유주의를 지탱하는 두 당이 적대적으로 공생하며, 이 나라를 점점 더 미래가 없는 늙고 무능한 나라로 만들 것이다. 형식과 이름에서는 민주공화국이지만 국민은 선거 때 한번만 주인이 되고 늘 따돌림 받고 속는 가짜 민주 공화국에서 신음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대선 막판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그리고 정의당까지 세 정당 사이에 연합전선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나타났다.

며칠 전에 안철수 씨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정의당과 민주당 비주류와 바른정당 사람들과 연합정권을 세우겠다는 발표를 하였다. 그리고 높은 곳에서 내려와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뚜벅이 유세를 시작하였다. 이제야 안철수 씨가 안철수의 바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미 문재인 대세론을 꺾기에는 시간이 늦었지만 방향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문재인 당선 이후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과 정의당이 힘을 합해서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사이에서 자신들이 소멸되지 않기 위해 연합전선을 유지하여 싸운다면, 좋은 성과를 내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들이 힘을 합해서 제왕적 대통령 중심제를 바꿀 개헌도 하고, 소선구제인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바꾸고, 비례대표 의원수를 늘여서 다당체제를 유지하며, 용도가 다한 87체제를 끝내고 좀 더 민주적인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 내기 바란다.

 

5. 이번 대선이 끝난 이후에 무었을 할 것인가?

 

여론 조사에서는 잡히지 않던 상당히 많은 유동층들이 안철수를 대통령으로 만들거나 홍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내는 이변을 일으킬 수 있을까? 물론 이것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에 대한 마음의 대비도 해야 되겠지만, 나는 문재인 당선 이후에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하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사실 나는 몇 년 전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인기도가 고 박정희 대통령의 인기도를 넘어섰다는 여론조사를 보고 다음 대통령은 문재인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떠오르는 생각은 문재인도 대통령을 끝내고 나면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어려움을 겪으리라는 것이었다. 지금의 제도 아래서는 문재인이 아닌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그도 대통령을 끝내고 나면 어려움을 겪으리라고 생각했다.

옛 시조 한 수를 올려본다.

 

          뭇노라 부나븨야

 

                      이 정 보

 

  뭇 노 라 부 나 븨 야 네 뜻 을 내 몰 래 라

  한 나 븨 죽 은 후 에 또 한 나 븨 딸 아 온 여

  암 을 이 프새엣 즘성인들 너 죽 을 줄 모 르 는 다

 

이번 5월1일 근로자의 날에 나는 민주노총 집회에 참석하고 행진도 하였다. 이것은 문재인 당선 이후에 민주노총이나 시민단체의 집회에 나가는 것도 문재인 정권을 견제하기 위한 방법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선택한 행동이었다.

그 외에도 나는 2년 동안 읽었던 주간지 시사인을 구독하는 일을 끝냈다. 그리고 격월간지 녹색평론을 사서 읽고 있다. 녹색평론 구독자 모임에도 참여해 보기로 하였다.

시사인을 신자유의 틀 내에서 문재인을 지지하는 층을 주 독자로 삼는 주간지로 생각하고, 신자유의 주의 틀을 벗어나려는 사고를 가지고 있는 잡지를 구독하기로 한 것이다. 두 읽을거리를 다 보는 것이 더 좋겠지만 한정된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길은 녹색평론만을 구독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이 두 가지 일에는 내가 문재인 당선 이후에 어떤 길을 갈 것인가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지금 기존의 여야 양당 구조를 지키며, 여야가 교대로 정권교체를 하여도 헬 조선이 되어버린 대한민국을 바꾸어서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드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낡은 것을 바꾸고 새로운 제도들을 만들어 내는 일에 내가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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