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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대선 (2). 한 마리의 미꾸라지가 온 웅덩이를 흐려놓듯이 박근혜 대통령 한 사람이 온 나라를 흙탕물 속으로 밀어 넣다.

황인채

⓵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박근혜 정권의 우둔함이라니.

 

어느 날 밤에 인터넷 신문들에서 뉴스를 찾아 읽다가 최순실 씨의 태블릿 pc가 나타났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리고 그 기사를 보도하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 보수 언론들의 논조를 보고 나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일 때문에 최순실 게이트를 덮고 가려고 북풍을 이용하여 국민의 마음을 다른 곳으로 돌려보려는 박근혜 정부의 노력들은 더 이상 통하지 않으리라는 거였다. 공교롭게도 박근혜 정권이 북풍의 효과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였던지, 꺼내들었던 또 다른 카드인 “대통령이 개헌을 하는 일에 앞장서겠다.”는 발표를 한 다음날에 바로 이 일이 터져서, 개헌 카드는 사용도 해보지 못하고 휴지통에 묻힐 거라고 생각하였다.

 

건설노동자인 나는 다음날 출근하기 위하여 새벽에 일어나서 동네 식당으로 가서 식사를 하였다. 그때 벽에 걸린 텔레비전에서 그 사건에 대하여 보도하였다. 나는 그 곳에서 식사를 하는 다른 사람들이 들으라고 제법 큰 소리로 말하였다.

 

“이제, 최순실이 박근혜 대신 감옥에 가게 생겼구먼!”

다른 분들은 모두 내 이야기를 못들은 채 하였지만 어떤 한 아주머니가 이렇게 대꾸하였다.

 

“최순실이 왜요. 최순실이 얼마나 똑똑 하다고…”

그때의 시국을 보는 나와 그 아주머니 사이에 있는 견해 차이는 이렇게 달랐다. 내 생각에는 검찰이 최소한 몇 사람은 감옥에 보내고, 그리고 이제 박근혜 씨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의 권력을 축소하고 차츰차츰 뒤로 물러나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아주머니는 나와 반대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태블릿 PC가 발견된 이후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취한 대응책은 “최순실이 왜요. 최순실이 얼마나 똑똑 하다고.”라고 말하던 평범한 아주머니의 말과 같은 대응책으로 버텨나가려 하였다. 지금까지 늘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진실을 찾으려는 자들을 윽박지르며 진실을 덮기 위한 돌파를 시도하였다. 예전에는 그런 대응이 대부분 성공하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국민들의 거대한 분노가 일어나서 촛불이 되어 타올랐다. 박근혜 정부는 점점 궁지에 몰렸다.

 

그리고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박정권에게 요구하던 야당들의 요구도 점점 더 켜지기만 하였다. 그때도 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 지도자들의 주장을 대폭 수용하고 2선으로 물러난다면, 남은 임기를 무사히 임기를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초기에 조그마하던 촛불집회는 순식간에 상상한 초월한 거대한 집회로 변하였다. 나는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우둔함 때문이라고 생각하였다. 하긴 박근혜 정부에게 그 정도의 지혜가 있었다면, 집권 초기부터 사건사건 우둔한 짓들만 하며 국민의 가슴을 호미로 후비어파듯 아프게 하였던 어리석은 일들을 끝없이 계속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⓶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는 위대한 일을 하였다.

 

이명박 정부가 시작된 이후 나는 비교적 열심히 촛불집회에 나다니는 편이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초기에 광우병 소고기 수입반대부터 시작하여 수많은 집회들에 비교적 열심히 참여 하였다. 그리고 그런 습관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계속되었다.

 

그런데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회가 여소야대로 바뀐 뒤로는 촛불집회에 나가본 적이 없었다. 여소야대가 되었으니까 국회에서 잘 해 주리라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또 내 나이 60대 중반을 넘기면서 질병에 걸리는 일이 많아 진 것도 촛불집회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였다.

 

나는 이번 촛불집회에도 나가지 않았다. 촛불집회가 우리나라를 크게 바꾸는데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촛불집회에 선뜻 나서지 않았던 이유 중의 하나였다. 촛불집회에 나가는 사람들 중 일부는 보수주의자들로 지금껏 박근혜 정권을 지탱하는데 힘을 보태주던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이제 박근혜를 잘라버리는 것이 보수 세력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촛불집회에 참석하였다. 이 나라 기득권자들은 박근혜 대통령 아래서 온갖 특혜와 이권을 독점하고는, 이제 박근혜가 그들에게 장애물이 된다고 생각하고 박근혜를 도마뱀이 꼬리를 잘라버리듯이 잘라버리고 안전하게 도망하려 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박근혜 탄핵에 성공하여도 그들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이 나라는 별로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예전에 박근혜 대통령을 열성으로 옹호하던 종편들도 박근혜를 탓하는 세상이 되었는데, 그들은 최춘실이 박근혜 위에 있고 박근혜는 그 아래에 있으며, 재벌 총수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협박에 못 이겨 피해를 보았다는 주장을 한다. 아니 청문회에 나온 일부 야당의원들까지 그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반대로 재벌 총수들이 대통령 위에 있고 그 아래 박근혜 대통령이 있으며, 그 아래에 최순실이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래서 나는 촛불민중과 나를 동일하게 생각할 수 없었다. 촛불과 나는 정체성이 달랐다. 몸통인 재벌가문들은 속속히 삼대세습을 완수하여 가는데 재벌은 놔두고 꼬리인 박근혜 씨만 자른들 무엇을 하리오!

 

그러나 나는 차츰 생각을 바꾸기 시작하였다. 촛불은 한계도 가지고 있지만 위대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촛불 이후 이 나라 국민들의 생각에 많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변방사또 이재명 성남 시장이 힘을 받아서 19 대 대선 후보 중 지지율 3위까지 올라서 속이 뻥 뚫리게 하는 사이다 발언을 많이 하였으며, 촛불 속에서 많은 개혁의제들이 힘을 받아서 전파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우리나라의 정치판을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부르게 하였던 보수 우위의 지형에서 진보 우위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바꾸어지는 변화도 촛불집회를 통하여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이번 대선에서는 정권교체를 꼭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것도 김대중 정부 때나 노무현 정부 때와 같은 힘겨운 정권 교체가 아니라 야권 내에서 매우 개혁적인 인물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워도 대선에서 야권이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이 서게 된 것이다.

 

광화문 촛불은 놀라운 일을 해낸 것이다. 그래서 나는 늦게라도 그 분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기쁨 속에서 그 분들과 한통속이 되어버린 것이다.

 

⓷ 박근혜 대통령 님, 감방에서 주는 밥도 맛이 좋습디다.

 

나는 어떤 사람과 함께 현 정국에 대하여 이야기를 함께 나누다가 흥분하면 다음과 같이 거칠은 소리로 박근혜 씨를 비난하곤 하였다.

 

“박근혜도 제 애비와 똑같은 년이여! 죽을 때까지 권력을 놓지 않다가 결국 부하에게 살해 되었던 지애비와 똑같아. 그래도 제 애비는 조국근대화에 초석을 놓은 큰 공이라도 있었지. 그래서 유신체제를 만들기 전에 권력을 놓았다면 정말 대단한 영웅이 되었을 거야. 그런데 박근혜는 공적은커녕 하는 일마다 못 된 짓뿐이었어.”

 

“박근혜가 분별력이 있었다면 최순실 태블릿PC가 나왔을 때 이제는 자신이 더 이상 못된 짓을 계속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고 뒤로 물러났을 거야. 그랬더라면 탄핵까지는 가지 않았겠지. 이제는 박근혜가 취할 수 있는 좋은 대책이라는 것이 스스로 하야 선언을 하고 대통령에서 물러나는 길 외에는 다른 길이 없어.”

 

내가 이렇게 말하자 어떤 분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그러면 감옥에 들어가게요.”

 

“하야하지 않고 탄핵 받아도 어차피 감옥에 가요. 지금 하야해서 감옥에 가는 것이 그래도 탄핵받고 그 후에 감옥에 가는 것보다 훨씬 나을 거요.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순간을 민심에 따라 하야로 마친다면, 탄핵으로 물러나는 것보다 낫지 않겠소.”

 

나는 수년 전에 감옥에 가본 일이 있었다. 17대 대통령 선거 때 인터넷을 통한 사전 선거운동으로 100만원 벌금을 받은 일이 있었는데, 그때 벌금을 대신에 구류를 사는 몸으로 때우기를 하였다.

그런데 그 곳에서 주는 식사가 내가 평소에 먹는 간소한 식사에 비하면 엄청나게 고급이었다. 그때가 겨울이었는데 내부의 온도도 내가 사는 방의 온도보다 매우 높았다. 그래서 나는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감옥 구경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감옥에서 주는 음식도 괜찮고 그곳도 다른 곳처럼 사람이 사는 세상입디다. 그러니 박근혜 대통령 각하, 감옥살이 한 번 하고 새 사람이 되어서 나오세요. 그러면 그때에는 지금처럼 국민들로부터 욕을 먹는 분이 아니고 동정도 받는 분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직대통령은 어지간하면 감옥에는 보내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였다. 대통령이란 개인이기보다는 그를 지지하는 자들의 인격화에 가까운 것이기에 퇴직한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면 사회에 큰 충력을 가지고 온다고 생각하였다.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나는 박근혜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는 일은 반대하였다. 그러나 지금 국민여론이 박대통령을 감옥에 보내기를 원한다면 감옥에 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박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생각도 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본인을 위해서도 국가를 위해서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이 나라의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였다.

 

⓸박근혜 대통령께는 아직도 형세를 바꿀 반전의 카드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억울할 거다. 탄기국 집회에 나온 사람들이 박대통령이 억울하게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듯이. 다른 대통령들도 다 부패하고 썩었지만 무사했는데 나만 재수 없게 걸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좀 더 이를 악물고 버티면 지금껏 자신을 무조건 따르며 자신을 지키던 사람들이 다시 일어나서 자신을 지켜 줄지도 모른다고 버티는 것일까? 아니면 설혹 자신이 탄핵이 인용되어 감옥까지 가는 일이 있을지라도 끝까지 꿋꿋하게 버텨내야 나중에 다시 자신이 일어설 수 있는 길이 열릴 거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그런데 나는 박대통령이 지금이라도 민심 앞에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이고, 진실 앞에 고개를 숙이는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그리고 현재의 형세는 모든 것이 박대통령에게 불리하며, 대다수의 국민은 이제 박대통령이 권력을 내어놓고 얌전하게 물러나기를 원한다. 이 민심에 순종할 생각을 한다면 박대통령에게는 아직도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카드가 하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을 이용하고 헌신짝처럼 버리며 도마뱀 꼬리 자르듯 자신을 버리는 재벌 총수들과 국회의원들과 언론기관 등에게 한 방을 날릴 좋은 방법이 있다. 고영태 씨처럼 고무신을 거꾸로 신고 돌아서서 그 동안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들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내부 폭로자가 되는 것이다. 먼저 자신이 저지른 비리들을 참회하는 마음으로 털어놓고, 그와 연관되거나 그 외에 자신이 파악한 비리들을 모두 털어놓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이 나라의 정경유착의 실상을 온 천하에 알리는 것이다. 그러면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죄를 대부분 탕감 받을 수 있고, 이 나라를 새롭게 하는 데에 큰 공을 세운자로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와 같은 일을 지금 박근혜 대통령께서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안다. 그러나 좀 더 세월이 지난 뒤에라도 자신의 회고록이나 참회록으로 그러한 글을 써서 남긴다면 그것은 국가 장래를 위해서 매우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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