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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은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승리하였다

​황인채

1. 꽃이 피는 봄날이 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이라는 안타까운 사건 속에서 우리의 정치에도 봄이 오고 있는 것일까? 바다 밑에서 썩어가던 세월호는 물 밖으로 나왔고,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팀이 밝은 미소를 머금은 채 대한민국을 방문하여 경기를 벌이고 있다. 정연 봄은 이렇고 오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경선에서 안희정 후보와 이재명 후보가 탈락하고 문재인 후보가 승리를 하였다. 승리한 문 후보에게 축하를 하고, 어려운 여건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싸운 안희정과 이재명 두 후보에게도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함께 이재명을 대통령에 당선시키겠다고 애쓰셨던 분들에게 여러분이 눈물겹도록 고맙고 자랑스러웠다는 말을 전한다. 예선 탈락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떳떳하고 당당하게 싸워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 이 성과를 디딤돌로 삼아서 5년 후 10년 후를 내다보며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여기에서 우리가 무었을 푯대로 하여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되도록 간단히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2. 이재명의 정신은 자주였다.

이재명 후보는 줄기차게 대한민국에 미국의 사드를 배치하는 것을 반대하였다. 사드는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 배치하는 것이고, 우리의 국익에는 해로운 것이기에 우리는 자주정신을 바탕으로 이것에 단호하게 반대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강대국들 사이에서 끼인 대한민국이 강대국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이 갈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구한말에 우리의 국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일본을 끌어들였던 일을 상기해 보자. 결국 이 나라를 일제에게 빼앗기기 아니하였던가? 우리의 국토를 우리의 힘으로 지키는 자주국방을 실현하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지켜야내야 할 첫 번째 원칙이다. 국내총생산액(GDP)이 세계에서 순위로 제 11위인 대한민국이 확고한 자주 정신으로 무장한다면 자주국방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3. 이재명의 두 번째 정신은 억강부약이었다.

이 나라 경제에서 소득의 양극화 문제는 우리가 풀어야 할 핵심적인 과제이다. 소득의 양극화를 해소하지 않고는 이 나라의 미래는 없다. 이재명 씨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 부자가 세금을 많이 내서 약자들을 돕는 보편적 복지를 실시하겠다고 주장하였다.

그의 보편적 복지의 토대에는 기본소득제가 있었다. 우리나라 일 년 예산액 중 43조를 지역화폐로 발행하여 기본소득이라는 이름으로 나누어 주는 것으로 사회적 약자를 돕겠다고 하였다. 이 지역화폐는 해당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지역경제와 소상공인도 살리는데 크게 보탬이 된다고 하였다.

기본소득 예산 43조 중 28조는 추가 조세가 없이 기존의 국가 예산 중 7%를 국민배당으로 29세 이하와 65세 이상 국민, 농어민·장애인을 합한 2천800만 명에게 1인당 100만 원씩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전 국민이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사회적 약자인 54%의 국민에게만 주는 제한적인 기본소득제이다.

43조 중 15조는 국토보유세라는 세목을 새로 만들어서 증세하여 전 국민을 대상으로 30만원 씩 토지배당이라는 이름으로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인구 중 1%에 해당하는 자가 나라 전체 개인 땅 56.7%를 소유하고 있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것은 부자에게서 세금을 더 걷어서 국민 모두에게 나누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제한이 없는 완전한 기본소득제인 것이다.

 

4. 이재명은 재벌개혁과 공정경제를 주장하였다.

재벌들이 주는 비자금으로 정치를 하는 썩은 정치인들이 아무리 좋은 말을 하고 좋은 공약을 해도 우리는 그들의 말을 믿을 수 없다. 그들은 국민을 위해서 일을 하지 않고, 재벌들의 이익을 위해서 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공정한 사회와 공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벌개혁이 필수이다.

이재명 씨는 재벌개혁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고, 의분을 가지고 이 부조리와 싸우겠다고 하였다. 내가 이재명 씨를 지지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이 바로 그분 이 가지고 있는 이 신념이었다. 공정경제는 공정경제를 불가능하게 하는 요인인 재벌체제의 개혁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이재명 씨가 주장하는 공정경제는 요즈음 이야기되고 있는 소득주도 경제와도 통하는 것이고, 미국 뉴스벨트의 뉴딜정책과도 통한다. 경제 불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소비성향이 높은 가난한 자들에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돈을 만들어 주어서, 그들이 기업에서 생산한 상품을 소비하게 하여 기업을 살리고 일자리도 늘여서, 경제를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이재명 씨의 공정경제는 억강부약으로 가난한 자들에게 분배를 늘여서 사회정의도 실현하고 국가 경제도 살리는 방법인 것이다.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재벌들의 부당한 특혜와 횡포를 막아서, 공정한 규칙 아래서 경쟁을 하게 하여 사회정의도 실현하고 경제의 효율성도 높이자는 것이다.

 

5. 문재인도 안철수도 그저 그렇고 그런데 누구를 찍는단 말인가?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 문재인 씨의 후보 수락 연설을 들어보았다. 국민의 당 경선에서 승리한 안철수 씨의 후보 수락 연설도 들어 보았다. 두 후보의 수락연설은 모두 나를 만족하게 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두 후보 중 누구에게도 투표를 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그런데 언론사 여론조사에서는 연일 안철수 후보의 지지도가 급격히 상승하여 문재인 후보를 바짝 쫓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최근에는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앞서는 결과들도 나와서 대선 판은 순식간에 문재인 안철수의 양강 구도로 변했다. 이변이 없는 한 두 사람 중에 한 분이 대통령에 되지 않겠는가. 이재명 씨가 탈락한 것이 크게 아쉽기는 하지만 두 분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최선은 아니더라도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는 차선은 되는 것이기에 그것으로 위안을 삼아본다.

이재명 씨 때문에 초조해지고 분주하였던 나는 이제 편안하고 한가하게 대통령 선거를 구경하여도 좋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모처럼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민중연합당 김성동 후보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노동당이나 녹색당에서 대통령 후보를 낸 다면 그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내가 이번 대선에서 투표할 후보는 문재인 씨나 안철수 씨보다는 이들 중에서 선택할 생각이다.

그렇다고 내가 문재인 씨와 안철수 씨에 대하여 아주 관심을 끊지도 못할 것이다. 그 두 사람에 대해서도 이재명과 비교를 하며가며 좀 더 생각해 보아야 하겠다. 이재명 후보의 예선탈락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이재명 씨가 낸 성과를 자랑스러워하며, 긴 호흡으로 역사와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내가 하여야할 일들을 찾아서 하여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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