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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The prophet)

 

지은이 : 칼릴 지브란(Kahlil Gibran)

 

번역 : 황인채

 

영문으로 읽기

 

♣작별의 말

이제 저녁이 되었다.

그리고 여자 예언자인 알미트라가, “이 날과 이 장소 그리고 말하는 그대의 영혼에 축복이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답하기를, “말하는 자가 나였던가? 나도 역시 듣는 자가 아니었던가?”라고 하였다.

 

그때에 그는 사원의 계단을 내려왔고 모든 사람들은 그를 따랐다. 이윽고 그는 그의 배에 도달하였고 갑판 위에 섰다.

사람들의 얼굴을 다시 쳐다보고, 그는 그의 목소리를 높여서 말했다:

 

올퍼리즈(Orphalese) 사람들이여, 바람이 나에게 그대들을 떠나라고 말하오.

바람보다 천천히 서둘지라도, 그러나 나는 가지 않으면 아니 된다오.

우리 방랑하는 자들은, 항상 더 외로운 길을 찾지만, 다른 날에 끝냈던 곳에서 새날을 시작하지 않는다오. 그리고 지는 해가 우리를 남겨두었던 곳에서 해맞이를 하지 않는다오.

 

대지가 잠자는 동안에도, 우리는 여행하오.

우리는 끈덕진 식물의 씨앗들이고, 그리고 마음이 성숙하고 풍부해지면 우리는 바람에게 넘겨지고 흩어지게 되오.

 

짧았소, 그대들 사이에서 나의 날들은, 그리고 내가 했던 말들 역시 더욱 짧았소.

나의 목소리가 그대들 귀에서 사라지게 되고, 나의 사랑이 그대의 기억에서 사라지면, 그때에 나는 다시 올 것이오,

그리고 나의 마음과 입술의 더 큰 풍성함으로 나는 영혼에 더욱 큰 풍요를 주는 말을 하게 될 것이오.

 

그렇소, 나는 조수와 함께 돌아갈 것이오,

그리고 죽음이 나를 감추고 더 큰 침묵이 나를 감쌀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나는 다시 그대의 납득을 추구할 것이오.

나의 추구는 헛되지 않을 것이오.

만약 내가 진리를 조금도 말하지 못했더라도, 진리가 더 분명한 목소리로 그대의 생각에 더 알맞은 단어를 써서 자신을 드러낼 것이오.

 

올퍼리즈 사람들이여, 나는 바람과 함께 가오, 그러나 공허 속으로 떨어지지는 않소.

그리고 만약 이 날에 그대의 필요들과 나의 사랑이 충족되지 않았다면, 그러면 훗날의 또 다른 약속을 기대하시오.

사람의 필요는 변하지만, 그의 사랑과 그의 사랑이 그의 필요를 충족시켜 줄 그의 욕망은 그렇지 않소.

 

그러므로 아시오, 더 큰 침묵으로부터 나는 되돌아 올 것이라는 것을.

새벽에 흩어지는 안개는, 벌판에 단지 이슬을 남기고, 떠올라서 구름 속으로 모여서 그 후에 비가 되어 떨어질 것이오.

그리고 그 안개와 다르지 않게 나도 갔다가 돌아올 것이오.

 

밤의 정적 속에서 나는 그대들의 거리에서 거닐었소, 그리고 나의 영혼은 그대들의 집들 안으로 들어갔소,

그대의 심장고동은 나의 가슴 속에 있었고 그대의 숨결은 나의 얼굴 위에 있었소, 그리고 나는 그대의 모든 것을 알았소.

예, 나는 그대의 기쁨과 슬픔을 알았고, 그대의 잠 속에서 그대의 꿈들은 나의 꿈들이었소.

 

때때로 나는 그대들 사이에서 산들 사이에 있는 호수였소.

나는 그대들 속의 정상들을 비추었소, 그리고 구부러진 경사면들과 심지어 그대들의 상념의 떼들이 지나는 것들과 그대들의 욕망들을 비추었소.

그리고 나의 침묵 속으로 그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시냇물 속에서, 그리고 그대 젊은이들의 동경이 강물들 속에서 들려왔소.

그들이 나의 심연에 도달했을 때, 그 시내들과 그 강들은 아직도 노래하기를 그치지 않았소.

 

그러나 여전히 웃음소리보다 달콤하고, 동경보다 큰 것이 내게로 다가온다오.

그것은 그대 안에 있는 영생하는 자였소

그의 안에서 그대들은 단지 세포들과 근육들에 불과한 광대한 자는;

그의 안에서 그대의 모든 노래로 찬양하는 그는 단지 하나의 소리 없는 울림일 뿐이오.

 

광대한 자 안에 있기 때문에 그대는 광대하오.

그를 우러러 보는 안에서 나는 그대를 우러러 보고 그대를 사랑하오.

사랑은 도달하기에 얼마나 먼 곳에 있는 것인가, 저 광대한 천체 안에도 (사랑은) 있지 않은 것을 보면?

어떤 환상들, 어떤 기대들과 어떤 추측들이 저 비상(飛上)보다 높이 날을 수 있을 것인가?

사과 꽃으로 덮인 거대한 참나무와 같소, 그대 안에 있는 광대한 자는.

그의 힘이 그대를 땅에 묶어두며, 그의 향기가 그대를 공간 속으로 들어올리고,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영원성 안에서 그대는 죽지 않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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