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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의 흰 수탉
/시/황인채
늘 가는 공원에 갑자기 나타난
흰 수탉 한 마리
새벽마다 일어나 홰를 치며 울어댄다.
주인 없는 가엽은 신세인 이 닭에게
나는 하루에 두어 번 공원에 가서
모이와 물을 챙겨주는 버릇이 생겼다.
내가 가면 닭은 반갑게 쫓아와서
모이를 달라고 보챈다.
닭은 이제 공원 산비탈을
제 집 삼아서 살아가고 있다.
나는 제법 심각하게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거나
하느님의 천사에게 대접이라도 하는
마음으로 모이 주기를 즐기고 있다.
새벽이면 일찍 일어나서 홰를 치며
수 없이 울어대는 순박한 흰 수탉,
너는 우리 시대와 우리에게
무슨 깨달음이나 계시를 전하고자
그렇게 목을 뽑으며 힘들게 외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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