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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 꽃이♣
진다고 우지마라
/ 시 /황인채/

열흘 가는 꽃 없다더니
벚꽃도 개나리꽃도 목련꽃도
거의가 벌써 땅에 떨어져
차가운 시체가 되었다.
꽃을 뜨겁게 사랑하던 시인들은
부모나 형제자매가 죽었나,
애인이나 배필이 죽었나,
지는 꽃에서 자신의 죽음을 느끼고
이별의 슬픔에 눈물짓는다.
덧없는 세상, 그 속에 있는 모든 것은
고운 것도 미운 것도
때가 되면 덧없이 사라진다.
그도 너도 나도
속절없이 사라지는 꽃이다.
세상과 그 속의 모든 것은
그야말로 신기루다
허공에 핀 홀로그램 꽃이다.
영화 한 장면 속의 무릉도원, 복숭아꽃이다.
사라지면 아무 것도 없다.
그러니
꽃이 진다고 우는 것이
우습지 아니한가,
어리석지 아니한가?
낄낄낄, 배꼽이나 잡고
웃을 일 아닌가?
정, 떠난 꽃이 그리우면
새로 피어나는 꽃이나 보라!
꽃이 진 산과 들에는
새롭게
라일락꽃이 피고
박태기꽃도 피고
조팝꽃도 피고
그 꽃도 허공에 핀 헛꽃이니
때가 되면
도리가 없이 사라질 것이다.
무덤덤한 마음으로
피는 꽃을 즐기고
무심한 마음으로
지는 꽃을 보내고 싶어라.
♣무명(無明)이 허공 꽃과
같은 줄 알면 윤회를 면하리라.
/불경 원각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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